경인지역 장기이식 싹 틔운 길병원,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 '전국 톱3'

입력 2021-11-17 16:33   수정 2021-11-17 16:34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경기·인천 지역 장기이식의 역사’로 통한다. 30년 전만 해도 장기이식 수술을 받으려면 반드시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을 방문해야 했다. 장기이식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관련 수술을 하는 병원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1991년 가천대 길병원은 장기이식센터를 열었다. 경인 지역 최초였다. 그해 신장이식에 성공한 데 이어 1995년에는 심장·각막 이식도 문제 없이 해냈다. 1997년엔 ‘국내 최초 심폐 동시 이식’과 ‘인천 지역 최초 간이식 수술’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2013년엔 혈액형 불일치 신장이식, 조직형 불일치 이식수술 등 고난도 수술에도 성공했다. 2002년에는 뇌사자를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뇌사 판정대상자 관리 전문기관’(HOPO)으로 지정됐다. HOPO가 되려면 장기이식센터 내 인력·시설·장비 등을 충분히 갖춰야 하고, 전문적인 장기이식이 가능해야 한다.

경인 지역에 장기이식의 싹을 틔운 가천대길병원은 현재 뇌사자 장기기증 건수가 전국 ‘톱 3’에 든다. 지난해 23건을 기증받았다. 인하대병원, 인천성모병원 등 주변 병원의 장기이식센터는 물론 웬만한 서울 대형병원도 뛰어넘는 실적이다. 외과·내과의 긴밀한 협업 덕분에 전남·부산 등 지방에서 장기이식 등록을 위해 가천대길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2014년 장기기증 및 이식 활성화 우수기관에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가천대 길병원의 장기기증 건수가 전국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박연호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장은 “이식센터에서 일하는 코디네이터들이 적극적으로 뛴 덕분”이라고 말했다. 뇌사자 관리를 하지 않는 2차 병원에서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면 HOPO로 환자를 이송해 기증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 2차 병원에서 직접 HOPO로 환자를 이송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가천대길병원은 코디네이터가 24시간 대기하고 있다가 뇌사 추정자가 발생하는 즉시 그 지역으로 가서 기증 가능 여부를 확인하고 이송해온다. 한 코디네이터는 경기 평택의 한 병원에서 뇌사추정자 발생 신고를 받고 새벽에 출동하기도 했다.

장기기증 절차 도중에 심정지가 온 뇌사자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신장 이식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뇌사추정자는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기증 절차 도중에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박 센터장은 “장기를 이식하는 환자가 심정지되면 이식장기의 수명이 짧아진다”며 “짧은 시간 안에 수혜받을 환자를 정하고, 최대한 빨리 적출 수술을 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이런 경우엔 수술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천대길병원에선 심정지가 온 뇌사자에게 CPR을 하며 기증에 성공한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다”고 말했다.

이식팀의 적극성도 남다르다. 지난 1월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엔 간 이식이 필요한 교통사고 외상환자가 들어왔다. 장기이식의 성공 확률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간 이식팀은 포기하지 않고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후에도 꾸준히 관리한 결과 100여 일 만에 환자가 의식을 되찾았다. 지난해 4월에는 이식 가능 시간이 4시간밖에 남지 않은 심장을 KTX를 통해 병원으로 옮겨와 무사히 심장이식 수술을 마치기도 했다. 박 센터장은 “병원에서 장기이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 협력한 덕분에 환자를 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장기기증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2019년 보건복지부와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한 생명나눔 음악회를 열었다. 올해는 코로나19에 지친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한국장기조직기증원(KODA)과 커피를 제공하며 기증희망등록 서약 행사를 함께 진행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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